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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자살 누구의 책임인가?

김노아 2009. 1. 3. 00:29


청소년의 자살 누구의 책임인가

  자살은 동서고금, 연령,  그리고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될 수  있으며, 일시적인 자기파괴적 사고나 죽음에  대한 사고는 누구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20세기에  있어서 의학과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신체적인 건강은 많이 향상되었으나  그대신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 등의 증가로 인해서  자살의 빈도는 해마다 증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여러 연구보고들에서 자살이 과거에는 고연령층에서 많았으나 최근에는 청소년층이나 중년층에서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홀링거에 의하면 미국에서 10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층의 자살율이 1961년도에 비해 1976년에는  2배 이상이나 된다고 보고하고 있고  슈와브, 홀링거 등은 청소년층에서 자살이  연령층에서의 사망원인 중 세 번째에 해당된다고 한다. 즉 청소년층의 자살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친가지이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중앙대 의대 신경정신과학교실에서 1986년에 발표한 한국청소년들의 자살양상에 관한 연구보고를 보면 자살기도 경험의 경우 일반학생은 5.1%인데 반해 비행청소년에서는 15.1%나  되었으며 자살충동의 경우는 일반학생은 21.5%였으나 비행청소년에서는 70.8%나 되었다. 그 이후 다른 연구보고에 의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자살율을 보이고 있다.  이젠 청소년층의 자살도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더욱이 청소년기는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자살의 위험성이 높은 정서적 격동기이기 때문에 청소년층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더 이상 남의 집  얘기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나아가 우리의 자녀들이 장차  더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청소년기의 어려움과 자살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청소년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화되어가는 중간단계로서 사춘기라는 신체적인 변화에 의해서 시작된다. 신체적인  변화외에도 청소년들은 복잡한 심리학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장차 독립적으로 살아 나갈 수 있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기를 잘 넘어가게 될  경우 그는 장차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는 인격과 직업관의 확립과 더불어 가족외의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 대한 기초를 잘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사춘기로 인한 신체적 변화 때문에 청소년들은  당황하게 되기도 하고  또 심리적, 사회적 변화로  인해서 많은 새로운 부담은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를 정서적 혼란기라고 본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기간동안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정도가 심하고 부모나 주위사람들의  적절한 도움이 쉽게 제공되지 않을 때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때가 많다. 혼자서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때는 우울증, 정신신체장애, 정신병, 비행행동 등의  문제를 만들게 되는데 청소년 층의 자살도 그 한 가지의 결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은 의식적인  마음과 무의식적인 마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의 마음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무의식적 감정들이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적 측면에서 볼 때  프로이드는 자살이란 사실은 마음속 깊이 잠재하고 있는 자기  아닌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살인행위라고 설명한다. 현실적으로는 자기신체에  대한 공격이지만 무의식적 측면에서  볼 때는 타살이라고 해석한다. 

  반면에 의식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살은 다음과  같은 많은 유발요인과 심리적 동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유발요인으로서는 "애정", "사랑" 그리고 "힘"의  상실감과 관계된다. 사랑받고자 했던 대상으로 부터 버림받거나 무시당했을 때  그는 버림받은 느낌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복수심 때문에, 또는 절망감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서,  또는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결합하고 싶은 마음에서, 또는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소망 등에  의해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생활사건들이 청소년들을 자살로 이끌게 된다.

   ▶ 학업성적이 자꾸 떨어지는 경우
   ▶ 부모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많을 때
   ▶ 친한 친구로부터 거절당했을 때
   ▶ 학생신분으로 성관계를 맺고 임신이 된 경우
   ▶ 사귀던 이성친구에게 버림받았을 때
   ▶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고 난후 느끼는  후회심과 심한 죄책감 그리고    
      나중에 닥치게 될 일들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많을 때
   ▶ 심한 신체적 질환 또는 정신장애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을 때

  가정환경이 좋은 경우에도 자살을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가정에 문제점을 많이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  있어서 가정이란 그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을 취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식구들끼리 애정을 주고  받고 어려움에 대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내일을 위한 재충전을 하는 장소로서 중요한  생활터전이 된다. 그러나 가정의 분위기가 원만치 못하면 이런 점들을  처리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정문제까지 더 겹치게 되어 청소년들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좌절하게 되고 자살을 기도하게 될 때가 많다.  자살 청소년들의 가정환경에 대한 연구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 많이 있다.

   ▶ 부모들사이에 심각한 결혼불화가 있는 경우
   ▶ 한쪽 부모 또는 양쪽 부모 모두에게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있는 경우
   ▶ 부모가 서로 이혼을 했거나 사별한 경우
   ▶ 부모 중 한 사람이 양부모인 경우
   ▶ 부모가 자녀간에 올바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결론적으로 부모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 자녀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항상 자기의 인격을 되돌아보고 부부사이에 조화를 이루고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자살이 제3자가 보기에는 흔히 충동적으로 일순간에 결심한 것 같이 보이지만 대개는 자살을 시도하기전  오랜기간동안 생각하고 난 후 결심을 하게 된다. 제리자콥스는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되기까지  다음과 같은 4가지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첫째,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때까지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형성된다. 이  문제가 청소년기에도 지속될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무의식속에 잠재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둘째, 청소년기동안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확산된다.
  셋째, 과거의 문제들과  현실에서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그 결과 심한 좌절 상태에 빠지게 된다.
  넷째, 자살을 시도하기 수 주 또는 수  일 이내에 마지막 남아있던 의미있는 인간관계가 끊어지므로 인해서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애정을 주고 받던 모든 인간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다.  그후 어느날 청소년은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이렇게 자살은  몇 단계를 거친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이 기간동안 나타날 수 있는 자살과  관련된 징후들을 잘 알고 있으면 사전에 자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살에 관한 연구보고들을 보면  모든 자살자의 80%는 직접 말로서 자살의지를 밝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표현을 안하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점들이 관찰되면 자살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다.

   ▶ 학업성적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경우
   ▶ 식사를 거부하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나 간식도 거부하는 경우
   ▶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또는 졸지 않아야 될 시간과 장소에서  
      졸고 있다든지 또는 너무 많이 자려고 하는 경우
   ▶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만나는 것도 기피하고 자기 방에만 처박  
      혀 있는 경우
   ▶ 부모와  마주보지 않으려하고 또 평소  친하게 대하던 친척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는 경우
   ▶ 가끔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며 죽음에 관한 내용을 말하  
      거나 일기장에 쓰는 경우
   ▶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침울해있던  아이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평화스럽게 보이며 자기주변을 정리하는 경우

  이런 점들이 특히,  그전에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가족을  가진 청소년에게 또는 과거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가족을 가진 청소년에게서 보일 때는 즉각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이  좋겠다. 이 때 부모의 힘만으로 어려울 때는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때 염두에 둘 것은 청소년들이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또 어떤 경우라도 수용해주고 처벌이나 비난보다는 해결을 위한 도움을 주겠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자고 해놓고 막상 대화가 이루어지면  자녀들의 의사는 묵살하고 부모의 일반적인 요구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서 청소년들은 어려움이 있을  때 부모에게 말해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 다음에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혼자서 고민하다가 해결책이 없으면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나가는 동안에는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서 어떤 경우에는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고, 자기 자신이 미워질 때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심한 우울감정 속에서 스스로 죽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또는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이때 주위 가까운  사람들의 위로, 격려, 충고  그리고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기의 어려움으로 인한 여러 가지 괴로운 심정을 달래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동시에 용기와 지혜를 주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게 된다. 이런 마음의 기능이란 스스로  타고난다기 보다는 노력에 의한 결과로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것의  핵심은 어릴 적 부모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린시절 동안  부모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기대 속에서  올바른 돌봄과 지지를 받고 자기의 능력을 키우고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는 부모의 위로와 격려 속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의 이런 관계 속에서의 경험들의  총체는 어린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마음의 한  부분이 되고 그 후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동안 그를 인도하고 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스스로 자기를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부모와의  관계가 나쁘고 조그마한 잘못에도  부모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고 성장한  사람들은 나중의 인생동안 어려움이나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경우 자기 스스로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용기와 지혜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비난하고 절망감을  일으켜 파괴적인 행동이나 자살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살면서  어떤 어려움을 맞게 될 때 자기  스스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용기와 지혜를  제공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 핵심적인 문제인 것이다.
  인간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출생할  경우 아무런 능력도 없으며 부모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속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인간관계 및 지혜와 용기를 습득하여야 한다. 이것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초를 형성하는 일은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이다. 부모의  노력을 통해서 그런 기초가 올바르게  형성된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자기의  인생을 위해서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기초가 옳게  형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취약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에 대한 사랑의 갈구가  중요한 정서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정서적 욕구이다.  무기력한 어린이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계속 삶을 영위케 하는 것은 바로 어린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관심인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욕구는 나중에 친구관계,  이성적 사랑,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핵심을 형성하게 된다. 어머니와 어린이  사이의 상호 관계란 강력하면서도 복잡미묘한 것이다.  이 관계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장차  그 사람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적응상태는 문제점을 갖게 된다. 이 사랑에  대한 갈구는 그의 부모에 대한  어린이의 욕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이것은 성인으로까지 지속되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타인에  대한 의존성으로  나타날  경우 타인들로부터  찬사,  인정, 그리고 이해를 바라게 된다. 

   ▶ 어떤  경우에는 우월감이나 명예 또는  재물에 대한 욕심의 형태로도    
      표현이 된다.
   ▶ 성적 사랑과 성적 집착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 이것이 동성에게 향해질 경우에는 동성애적 욕구를 갖게 된다.
   ▶ 어떤 경우에는 극심한 자기애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 먹는 것과 마시는  것으로 추구될 경우 과식과 알콜 중독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욕구가 지나치게 강력할  경우에는 부모로부터 독립이 안되고 그 결과 어른으로의 발달이 방해받게 된다. 이런  욕구가 부분적으로 극복이 되기는 하지만, 인생의 압력에 의해서 의지의 대상  그리고 모든 만족에 대한 동경이 다시 강력해지게 된다.  이것이 좌절감, 자존심 손상 그리고 그로 인한 적개심의 가장 중요한 근원 중  하나가 되며 동시에 그에 대한 방어로서 또 다시 적개심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발생된 적개심은 그 사람의  인격의 형태에 따라 정신병, 신경증, 정신신체장애,  인격장애, 타인에 대한 폭력,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자기자신에 대한 파괴적인 행동 등의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살이란 심한 좌절,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한 적개심의 발생과 관계된다고 볼 수 있다.

  자살은 앞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것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발생될 수 있다.  심각한 정신장애로 인한 경우에서부터,  잘 살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순간적으로  자살하게 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정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치료원칙도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요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가족  치료를 함께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약물치료도 정신병리의 심각도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는 그런 차이에 따른 치료법을  다 설명하는 것은  생략하고, 자살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신역동학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살펴 보기로 한다.

  자살기도자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대상관계, 적개심, 그리고 두려움을 다루는 문제이다.
  자살기도자의 심정을 이해해 주고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위로 해주며 동시에 현실에서 좌절감을 일으키게 한 문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지혜를 짜낼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현실에서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상이  부족한 사람들이며, 설사 있다하더라도  그 정도가  미약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살기도자들의 평소 성격자체가 내성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기가 힘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이러한  대상으로 부각되기가 어렵다. 자살기도자들에게 도움적인 대상으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적인 태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근거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시절(인격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출생후부터 적어도  생후 6~7년사이) 동안 잘못했던 경우나, 좌절을  했을 때 부모의 사랑과 관용 그리고 배려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해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비난을 받았던 경우가 많다. 
  이들은 현실에서 그들에게 좌절을  준 대상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해주지 못한 대상들에  대해서 심한 적개심을 갖게  된다. 자살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모든 적개심이 자기자신에게로 향하기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적개심이  외부로 향해지게 되면 자살충동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의 대상에  대해서 실제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표현시킴으로써 해소시키자는 것이다.  그런 감정을 충분히 해소시킨후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게 되니 그동안 쌓였던 나쁜 감정이 처리되고  또 한편으로는 잘못된 마음을 바꾸게 됨으로써 더 이상 불필요한  나쁜 감정을 만들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자살에 집착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바꾸어 주기 위해서는 이 작업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은 평소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살을  시도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 중의 하나는  장래 인생을 살아 나가는 문제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으며, 장차  의지할 대상이 없어졌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  많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두려움은  표현시키고 동시에 이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러 가지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그리고 정책적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겠다. 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도 혼자서 고민하다가 자포자기하고 자살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부모나 학교 선생님 또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야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볼 때 청소년들의 자살은 어느 한 차원에서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부모, 사회,  정책담당자, 그리고  청소년자신 등 모두의 책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