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대중가요 수용 방식
경제적인 이운 극대화의 논리와 정치적인 검열을 통해 생산되는 대중가요에 대해 수용자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의 범위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수용자들의 선택은 생산 과정에 의해 제공된 범위 내에서, 즉 김완선이냐 서태지냐의 차원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한 사람의 음악적 감수성과 취향은 그가 속한 음악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누구든 낯선 것 보다는 자주 접하는 것을 좋아하게 마련인 것이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가곡보다 대중가요를 더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대중가요의 압도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중의 소비 선택 과정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증한 것이다. 음반 회사와 방송사 가요 담당자간의 뒷거래나 인기 조작 등이 심심지 않게 이야깃거리가 되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대중가요 수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선택하는 가요의 범위는 음반 산업과 방송이 제공하는 범주 안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특히 TV방송의 가요 프로그램과 라디오의 음악 프로그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수용 행위는 청소년 집단이 가진 물질적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몇 가지의 범주의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청소년을 단일한 범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청소년은 그가 속한 계급이나 지역, 사회 집단 등에 따라 결코 단일하지 않은 하위 집단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대중가요에 대한 그들의 수용 행위 역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1) 실제적 편입의 유형
실제적 편입이란 청소년들에게 부과되는 지배적 가치 체계가 요구하는 물질적 조건을 실제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치에 대해 별다른 모순이나 저항을 느끼지 못하는 부유층의 청소년들의 문화 수용 방식이다. 이른바 압구정파 혹은 오렌지족이라 불리우는 청소년층의 문화가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현실적 조건과 욕구 사이의 괴리 같은 것을 느끼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의 문화는 늘 새로운 스타일의 추구 자체를 지향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은 미국이나 일본의 청소년들의 문화에서 차용된 것이 대부분이며 이들이 도입한 스타일이 청소년 문화 전반의 유행을 선도한다. 이들은 대중가요를 즐길 오디오 기기를 가지고 있으며 음반을 구매하고 가수의 콘서트를 구경가는 게 필요한 돈을 별 어려움 없이 지불할 수 있다. 경유에 따라서는 스스로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다루며 음악행위를 즐기기도 한다.
2) 상상적 편입의 유형
상상적 편입은 부모 세대에 의해 부과되는 지배적 가치 체계를 수용하지만 실제 현실적 조건과 가치 체계의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계층의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이들은 오렌지족처럼 부유층은 아니지만 일정한 정도의 욕구 충족은 가능한 중산층 출신의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예컨대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출세해야 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에 저항하지 않지만 그러한 기대 수준과 자신의 현실적 충족 가능성 사이의 괴리와 그것으로 인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은 그러한 괴리를 문화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상상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되며 그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 대중가요 문화인 것이다. 그들은 오렌지족의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스타일을 모방하고 지배적 가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스타에 열광하는 방식으로 대중가요를 수용한다. 스타일의 모방과 스타에 대한 동일시는 이들이 경험하는 현실적 조건과 가치 체계 사이의 간극을 메워 주고 그래서 지배적 가치 체계 속으로 편입해 들어가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드러한 편입은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다만 상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스타의 옷을 모방해 입과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순간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그는 입시 지옥 속에 놓여 있는 힘없는 청소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상징적 저항의 유형
이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상징적인 방식을 통해 이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방식의 수용 행위이다. 가장 중요한 방식은 부모 세대가 배제된 청소년들만의 또래 집단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 가장 전형적인 예가 팬클럽이다. 팬클럽은 단순히 스타에 대한 열광과 동일시의 욕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인들이 배제된 청소년들만의 공동체에 대한 욕구라 할 수 있다. 그들이 팬클럽에서 벌이는 의식은 그들 특유의 의식과 정서를 반영하는 상징적 행위이며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는 단지 그러한 공동체를 매개해 주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불과 한두달 사이에 우상이 바뀌는 요즘 대중가요의 현상은 청소년들의 대중가요 수용 행위가 단지 스타에 대한 동일시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수용 행위는 청소년 집단 나름의 능동적인 행위라 할 수 있지만 '스타'를 중심으로 매개된다는 점에서 드러나듯 기본 적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나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저항은 다만 상징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4) 대안 추구의 유형
자신이 처한 현실적 조건과 대중가요가 제공하는 지배적 가치 사이의 모순이 상상적이거나 상징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을 때 청소년들은 나름대로의 문화적 대안을 추구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풍물패 활동이나 노래 모임 등은 그러한 예가 된다. 그들은 환상 속으로 도피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잊으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현실을 이해하고자 하며 나름대로 현실 곳에서 주체성을 찾고자 노력한다. 가장 바람직한 청소년 문화의 방향은 이러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의 대안 추구 행위는 학교나 가정에서 억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이 스타를 우상화하고 팬클럽을 만드는 등의 행위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는 부모나 학교가 나름대로의 문화적 대안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행위는 철저히 억압하고 있는 모순이 현재 우리 나라 청소년 문화의 불모성으로 연결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6. 음악지도
청소년은 아동에서 성년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이며 일종의 통과의례의 기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성인과 아동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사회질서 속에서 청소년들은 양쪽 세계로부터 배제되기 쉬우며 사회 속에서 일종의 금기영역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나름대로의 뚜렷한 삶의 방식과 욕구를 지닌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욕구를 억압하지 않고 이들의 삶을 유용하고 유익하게 사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1) 예술에 대한 바른 생각을 심어준다. 예술의 기능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예술은 기분 전환, 또는 활력소의 기능이 있다. 사울은 미쳤을 때 하프를 솜씨 있게 연주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귀가 멀지 않았다면 때때로 음악이 정서적인 해방감을 주고 긴장을 풀게 하며 심신을 새롭게 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둘째, 예술은 의사소통을 돕는다. "자연은 진정한 지혜자로 종종 생각되어지지만 결코 그렇게 표현된 적이 없는 것에 옷을 입힌다." 예술은 우리의 입에 할 말을 넣어 주고 우리의 인식을 명확하게 해 준다.
셋째, 예술은 교화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창조적인 기능을 갖는다. 예술은 의사소통을 고양시켜 주는 한 우리의 이해를 도와주며 그 자체로서 우리의 순전한 인간적인 능력을 증대시킨다. 물론 예술이 우리의 도덕적 능력을 증대시켜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정한 면에서 우리의 지혜를 더해주고 사회에 기여하도록 성품과 응용성을 개발시키도록 도와준다.
(2) 자신이 부르는 음악의 철학적인 측면, 즉, 왜 노래를 부르는가를 비롯하여 그 가사와 멜로디, 박자와 악기사용이 주는 영향에 대해 늘 반성하는 작업을 하도록 교회 안에서 기회를 제공하고 지도한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도록 한다.
(3)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와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자연과 인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 못지 않게 하나님과 하나님의 구속하심,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생각을 고양하고 드러내는 감격과 능력을 체험하도록 지도한다.
(4) 음악에 못지 않게 문학과 경건훈련에 정진하도록 한다. 생각을 심어주고 가치를 확고히 하는 독서를 권장하며 말씀과 기도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고 하나님 중심으로 생활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5) 복음전도와 교제, 그리고 봉사와 구제를 생활하도록 지도한다. 우리의 삶은 즐기려는 속성을 갖는 반면 우리의 사명은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따라서 여가활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신실한 청지기의 삶을 강조하고 훈련하는 일이 우리 교사들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이 백성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이사야 43:21). 음악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방식을 제공한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그러나 이러한 찬양은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 그리고 구원을 기쁨을 모두가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동요와 대중가요, 국악 그리고 외국의 노래들이 우리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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